요즘 제2의 닷컴 버블이라고 할 정도로 엄청나게 스타트업 열풍이다. 좋은 현상이다. 에너지가 넘치고 새로운 것이 나오고 (하지만 나라는 그걸 싫어하지) 등등..

그로 인해 파생되는 업종들도 꽤나 많다. 스타트업 전문 정보 사이트, 채용사이트, 벤쳐캐피탈, 스타트업 지원 전문 법률사무소, 협업장소 등등.. 덕분에 많은 인력들이 스타트업으로 몰려가고 있고 (나쁘지 않은 그림이라고 본다.) 샌프란시스코는 덕분에 집값도 미친듯이 올랐다고 (기존보다 더) 하더라.

결론은 어떤 스타트업에서 일하느냐가 중요한데 나름 겪어본 일들을 경험으로 "제대로 된 스타트업" 고르는 방법을 적어놓고자 한다. 절대적인 내용이 아닌 내가 겪은 일들을 기초로 하는 내용들이다.

1. 창업자(공동창업자)에 대해 조사하라.
    - 보통 스타트업은 창업자가 누군지 좀 알아봐야할 필요가 있다. 뭐하던 사람인지, 돈은 있는 사람인지, 인지도는 있는 사람인지 등등.. 내가 생각하기에 IT쪽에서 좀 오래 굴렀던 사람이 창업한 곳이 더 좋다고 생각한다. 특히 개발자라면 더 할말이 없고 부수적으로 왜 창업을 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동기도 확실히 알아야 한다. 이걸 모를 경우 비전제시도 못하고 방향도 못잡고 뭐가 똥인지 된장인지도 구분하지 못하는 일이 벌어진다. 특히 대기업, 금융쪽 출신 사람이 창업한 곳이라면 철저히 조심하고 C레벨 사람 중 특히 CTO가 누군지 조사해라. 웹서비스를 만드는데 스마트폰 앱이나 다른 기술들을 하던 사람이 CTO라던가 (그들을 무시하는게 아니라 서로 다른 면이 많아서 그러는 것이다.) 전에 회사에서도 PM이나 주도적인 일을 하던 개발자인지 QA나 그런 것을 하던 사람인지 알아볼 필요가 있다. 잠깐 경험한 바에 의하면 A사는 위에서 언급한 사항을 두개 다 가지고 있었는데 썩 유쾌하지 못했다. 그나마 수석 아키텍트로 있던 친구 덕분에 견딜 수 있었다.
    - B사의 경우는 개발자들이 창업한 케이스다. 그 후에 전문경영인을 영입하여 개발영역과 투자와 경영의 영역을 확실히 구분하여 자신들이 가장 잘하는 것을 더욱 잘할 수 있게 조직을 변신시켰다. 그 결과 B사는 정말 잘 커나가고 있다.
    - 그리고 창업자에게 그 회사가 몇번 째 회사인지 조사하는 것도 중요하다. 간혹 개구라를 치고 사업을 하는 곳이 꽤 있기 때문이다.

2. 무엇에 집중하는지 알아봐라. (특히 사업설명서를 입수해봐라)
    - 이건 입사해야 알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지만 사업설명서를 통해서도 그 성격을 알 수 있다. 예전에 "벤쳐 사무실에 방문했는데 정치인들과 찍은 사진들이 있는 곳은 투자를 피하라."라는 말을 얼핏 들었다. 지금도 적용되는 얘기라고 생각한다. 사업설명서 혹은 계획서에 자신들의 정체성에 대해 제대로 공유하지 못한 곳이라면 절대로 가지 말아야 한다. 특히 한국의 스타트업 생태계는 폐자에게 다시는 기회가 없기에 자신들이 뭘하는지에 대해 잘 알지 못하고 설명하지 못한다면 이미 죽은 거나 마찬가지라고 봐야한다. 가장 최악의 경우는 정부과제 (정부지원 사업 같은..)에 집중하거나 얘기가 나오는 곳이라면 절대로 가지 마라. 좀비기업이 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3. 개발자가 많은지 봐라.
    - 아무리 훌륭한 아이디어가 있어도 개발자가 적거나 쓰레기들이라면 그것을 구현하는데 문제가 많아진다. 구현할 수 없는 아이디어는 아이디어가 아니다. 주커버그가 윙클보스 형제와의 재판과정에서도 너희들의 아이디어였으면 너희들이 구현했어야 한다. 라고 하긴 하더라. (멍해보여도 뭐가 돈인지는 아는 놈인듯.. 물론 주커버그에겐 돈이 아깝다기 보다 개발자로서 자기가 남의 코드를 훔쳤다는 식으로 취급당했다는게 더 기분나빴겠지?) 아무리 스타트업이라고 조금의 버퍼는 있어야 한다. 내가 있던 팀의 경우는 훌륭한 아키텍트가 있었는데 나의 부족한 부분 채워주고 다른 개발자 부족한 부분 채워주느라 꽤나 고생했다.

4. 자본금을 확인하라.
    - 아무리 스타트업이 차고에서 시작하는 식이라고 할지라도 사업을 하려면 돈이 있어야 한다. 난 자본금 1억 이하 스타트업은 피하라고 얘기하고 싶다. 특히나 제품이 나온게 하나도 없는 곳의 경우는 더더욱 그랬으면 좋겠다. 

5. 채용공고를 확인하라.
    - 스타트업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사람이다. 그러므로 그런 사람을 구하는 공고를 아주 구체적으로 작성해야 한다. 그리고 각 분야의 선수들로 모집해야 한다. A사의 경우는 디자이너를 모집하겠다고 공고를 내놓고선 우대사항에 개발경험이 있는 사람을 원한다고 써놨다. 이건 즉, 모든 걸 다할 수 있는 수퍼맨 같은 사람을 찾는다는 것인데 스타트업 특성상 사람은 곧 돈이다보니 그럴 수 있지만 과연 그렇게 나온 제품의 품질을 보장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스타트업에 한해서 개발자의 경우는 풀 스택을 요구할 수도 있다. 거기까지는 괜찮다. 하지만 직군의 경계를 뛰어넘는 구인공고를 하는 곳은 피하는 것이 좋다. 죽도 밥도 안되는 것이 될 것이다.
    - 그나마.. 그래도 간혹 그런 다할 수 있는 용자가 있는 경우도 있는데 그럴 경우에도 그 회사의 기술스택이 뭔지 반드시 확인해야한다. 자기네 서비스는 MEAN 스택으로 돌아가는데 php, aspx 유경험자 우대라고 한다. 이거 뭐하자는건지 참.. 그냥 개념이 없다고 보면 된다.

6. 사람대접을 해주는지 확인하라. (돈)
    - 또 돈얘기인데 아무리 돈이 궁하다고 해도 개발자도 사람이고 돈벌려고 일하는 거다. 그런데 열정페이를 줘가며 일시키는 곳이 있는데 문제다. 못해도 최저임금은 주는 곳으로 찾아야 하고 정말 이건 가장 추천하는데 프리로 일하든 풀타임이든 무조건 근로계약서를 써라. 내가 아는 사람은 C사에서 일하는데 몇개월 간 달에 50인가 받고 일했다더라. 근데 써놓은 근로계약서가 없어서 노동부에 진정도 못한다고 하더라.
    - 간혹 적반하장으로 좆도 모르는 놈 일시켜줬더니 지랄한다. 라는 놈도 있을 수 있는데 (내가 겪은 케이스) 이건 내가 판단미스여서 그런 일을 겪은 것 같다. 일을 하는데 필요한 것을 사는데 조금이라도 아낌이 있다면 그런 곳 피하고
    - 주간미팅같은 것을 하는데 회사의 사정에 대해 얘기를 안해준다면 그 역시 피하라. 고작 작은 인원으로 운영되는 회사에서 회사의 사정을 속속들이 알 수 없다면 다닐 이유가 없는 곳이다.
    - 그리고 회사사정 봐줄 필요 없다. 내가 창업자와 불알친구 같은 급의 그런 관계가 아니라면 돈에 대한 문제가 발생할 때 언능 그 회사를 뛰쳐나와야 한다. 우리는 로켓에 올라타서 우주에 가려고 하는 것이지 지구에 남아있거나 추락하려는 것이 아니다.

7. 좋은 얘기, 미래 얘기, 뜬구름 얘기하는 곳은 피하라.
    - 스타트업에 다니다보면 지분을 준다는 조건으로 굉장히 장황한 얘기들을 많이 하는 경우들이 있다. 그러면서 사람 독려하는 것은 나쁘지 않다고 본다. 하지만 계속 그것만 얘기하고 지금의 상황을 얘기하지 않는 것은 마약하면서 회사다니는 것과 다를 게 없다. 뜬구름 잡는 얘기만 계속한다면 의심하라. 특히나 주식의 경우.. 그게 돈이 될지 휴지조작이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8. 투자현황을 주시하라.
    - 내가 경험했던 A사의 경우 곧 투자받아온다고 얘기를 엄청했으나 결국 내가 나오는 날까지도 그 어떤 투자하나 받아오지 못했다. (내가 나가게 된 이유도 결국 돈이 없어서였다. 뭐 물론 거기 CEO는 내가 못해서라고 생각하는 것 같더라.) 그리고 결국 돈이 없어서 멤버들 물갈이하는 거 같더라. 시드펀딩이나 엔젤만 받아놓고 장미빛 미래만 얘기하면 이런 꼴 난다. 이런 건 충분히 입사 전에 조사해볼 수 있는 자료들이다.

9. CEO가 뭐에 관심이 있는지 봐라. 회사 분위기를 봐라. (2번과 미묘하게 중복됨)
    - 이건 들어가봐야 알 수 있는 얘긴데 당신의 스타트업 CEO가 사업얘기, 투자얘기보다 세무사나 법률사무소에 더 전화를 많이하고 들락거리면 그런 곳은 나와라. 물론 넥슨의 김정주 회장처럼 개발을 하던 사람인데 아버지에게 경영을 잘 배워서 지금의 넥슨 지배구조를 만드는 것이면 모르겠다만 (이 역시도 일본증권시장에 상장계획을 세우면서.. 즉 회사가 클 때 이렇게 한것이다.) 제품에 집중하고 투자유치에 집중해야할 때 지배구조나 세금문제 (투자라도 시리즈 A정도 받았다면 그나마 다행)에 더 관심이 많다면 그런 곳은 조심해야한다. 내가 겪운 곳은 이미 다른 나라에 페이퍼컴퍼니를 세워서 그 부분에 굉장히 정성을 쏟더라.
    - 그리고 회사의 분위기를 봐야한다. 어떤 사람들이 드나드는지, 시끌벅적한지 등등.. 내가 겪은 A사의 경우 정치인이 한번 왔었다. 그리고 조용하다. 그렇게 에너지가 넘쳐보이지는 않더라. 또 다른 B사의 경우 굉장히 에너지가 넘쳤으며 CEO의 경우는 네트워킹에 굉장히 공을 들였다. 사람들의 왕래도 많았고 정말 신선한 에너지가 넘쳐났다. 나 역시 그 에너지에 압도되어서 출근 첫날부터 자발적인 야근을 하게 되었다. 스타트업은 에너지가 중요하다고 본다.

10. 고객에게 선보일 제품에 집중하는지 봐라.
    - 내가 겪은 A사의 가장 큰 문제였는데 투자유치를 위한 베타, 데모버전이 필요하다는 식으로 얘기를 했다. 그리고 웹서비스를 먼저 런칭한다고 했다. 좀 의아한 부분이었지만 그럴 수도 있겠다. 라는 생각이 들어서 군말없이 진행했으나 역시나 전략은 실패했다. (혹시 이 글을 A사 CEO가 읽는다면 너가 못해서 이렇게 됐어. 라고 얘기하고 싶을텐데.. 미안하게도 그렇지 않다.) 사업모델은 위치기반 서비스의 성격이 있었기에 모바일 앱(적어도 모바일 웹)이 먼저 나와야 했다. 하지만 투자유치를 위해 보여주기식 제품이 필요하다고 얘기가 나왔고 거기에 아무도 토를 달지 못하고 진행하였으나 결국 아무런 투자를 유치하지 못했다. 나중에 알게된 얘기지만 저런 전략에 나만 의심을 품은 것이 아니었다고 한다.

11. 수평적인지 봐라.
    - 스타트업이 수직적이면 제대로 돌아가기 어렵다. 수평적이어야 한다. 말로는 수평적이라고 하는데 결국 갈수록 그걸 지키는 사람들은 적다. 특히 한국사람들의 특성상 더더욱 어렵다.

12. 외국은 개발자는 조심하라.
    - 케바케이긴 한데 내 경우는 극단적으로 다른 두 모습을 보게 되었다. 수석 아키텍트였던 친구는 북미에서 왔다. (그래봐야 미국 아니면 캐나다겠지?) 원래 오리진은 아시아이다. 되게 부지런하다. 아시안이라 부지런하다는 생각보단 북미 스타트업의 분위기 자체가 부지런하다.(그게 워커홀릭이라고 할 수 있다.) 새벽 3시에도 커밋이 올라오고 다음날 8시면 사무실에 와서 일하더라.
    - 또 다른 케이스는 유럽이었는데 굉장히 삶에 초점을 맞춘 것 같더라. 주변 사람에게 그 친구 얘기를 해줬더니 "그러니깐 나라가 망했지"라고 하더라.
    - 결국 북미에서 온 친구는 곧 떠난다고 하더라.

13. 내가 챙길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라.
    - 돈이 될 수도 있고 기술이 될 수도 있다. 알아서 생각하고 알아서 챙겨야 한다. 그래야 1단 로켓처럼 버려지더라도 살아남을 수 있다.

스타트업은 미국 서부시대 개척같은 그런 것이다. 골드러쉬라고 해도 될 거 같다. 그러나 잘못 고르게 된다면 로켓이 아니라 자전거에 탈 수도 있고 로켓이긴 로켓인데 발사 후 폭발할 수도 있고 맨 위에 조종석이 아닌 1단이나 2단 로켓에 있다 분리되어 버려질 수도 있다. 한국 사람들은 특히나 회사가 곧 나라는 식으로 일하는 걸 좋아하는데 그럴 필요 없다고 생각한다. 최선을 다하고 아니다 싶으면 그때는 잘 생각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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