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의 질

나는 원래 침대생활이 잘 맞는 체질이다. 하지만 아이가 태어나고 금수저가 아닌 (혹은 영끌대출을 해서 괜찮은 아파트를 얻거나 사거나 한 게 아닌) 이상 30년된 아파트에 집안 구조도 별로인 상황에서 더 이상 침대생활을 할 수 없었다. 신혼 때 비싸게 주고 장만한 침대는 역시나 비싼 폐기물 수수료를 물고 그렇게 우리 집을 떠나갔고 나는 수면의 질이 떨어지는 삶을 계속 살게 되었다.

 

나에게 필요한 건 아늑함과 보관의 용이성인데 이 보관의 용이성이라는 부분이 생각보다 선택의 폭을 확 줄여버린다. 기존에는 내무반 메트리스처럼 3단으로 접히는 라텍스 메트리스를 사용하였다. 가격은 20만원 대, 생각보다 성능이 괜찮았고 일단 접이식이라 보관이 용이했다. 하지만 이것도 한 2년 쓰고나니 성능이 급격하게 떨어지기 시작했다. 맨 바닥에서 자는 것과 거의 동일한 수준의 잠자리를 제공하고 있었다. 아쉽지면 역시나 갖다 버리고 새로운 녀석을 들였다.

 

나의 고민을 sns 가 알아서줘 그런가 몇 개의 제품이 어느 순간 페북에 계속 떠오르기 시작했다. 

  • 센스없는 맘 - 약 10만원 정도 준 듯, 페북 노출빈도 제일 높음

  • 몽제 - 꽤 비싼 가격, 역시나 노출빈도 높음

  • 슬라운드 - 원래가격은 40만원이 넘음, 광고 내용 중에 유일하게 보관의 용이성에 대한 부분이 눈에 보임

  • 반죽토퍼 - 사실 제일 구미가 당기긴 했음.

이렇게 3가지가 주로 노출되었고 왠지 저 순서대로 페북에 열심히 광고비를 집행했는지 딱 저 순서대로 노출빈도가 나왔다.

 

센스없는 맘

첫번 째로 센스없는 맘 메트리스를 골라봤다. 많은 얘기를 하고 싶지는 않다. 받고 나서 딱 이틀 정도는 괜찮은 성능이 나왔는데 그 후로는 수명을 다 한, 먼저 언급한 접이식 라텍스 메트리스의 그 느낌이었다. 난 잠자리가 불편하면 꿈을 꾸기 시작하는데 황당한 내용의 꿈이 전부이고 그 내용이 또렷하게 기억나는게 특징이다. (어차피 깊은 잠을 못자면 꿈을 다 기억하게 된다고 한다. 꿈을 꾼 건 기억이 있는데 내용이 기억나지 않는다면 그나마 깊은 잠을 잔 거라고 한다.) 그래서 바로 일주일만에 손절하고 장모님 댁에 갖다 드렸다. 주요 증상으로는

  • 메트리스 위에 있지만 몸은 바닥에 있는 것처럼 메트리스가 압축되어 바닥에 닿음.

  • 생각보다 겉감의 재질이 잘 때는 맞지 않음 (겉감의 재질이 등산복 재질이다.)

센스없는 맘의 경우는 바닥보다는 침대 위에 놓고 쓰는게 맞는 거 같다. 장모님은 침대 위에 놓고 쓰시는데 아주 좋다고 한다. 가격이 쌌기 때문에 그나마 화가 많이 나지 않았다.

 

몽제

많은 얘기를 써 놨지만 솔직히 믿음이 가지 않았다. 왜냐면 그렇게 생겼던 바닥 깔게 같은 것을 아이 때문에 쓴 적이 있었는데 뭐가 좋은지 몰랐기 때문이다. 아마 그러면 그런 것과 몽제를 비교하는 건 무리라고 할 수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몽제는 제일 먼저 고려 대상에서 빠지게 된 이유는 바로 보관의 용이성 부분이 결여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원하는대로 보관하려면 메트리스를 분리해야하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바로 탈릭이었다.

 

반죽토퍼

사실 광고 내용으로만 봤을 때는 제일 구미가 당겼는데 이 역시 탈락된 이유가 몇가지 있는데

  • 몸에 맞지 않을 경우 손절할 때 손해가 크다. (나중에 다시 잘 찾아보니 8만원을 부담하면 반품이 된다고는 한다.)

  • 내가 좀 더 찾아보지 않아서 그랬는지 몰라도 그저 그런 sns 로 장사하는 작은 수준의 업체로 밖에 인식이 안되었다. (사실이 아니라면 미안하다.)

  • 보관의 용이성에 대해서 확신이 불분명 했다. - 사실 이것만 충족되어도 가격적인 측면 때문에 이리로 갈 뻔 했다.

사실 지금도 이 녀석은 어떨지 좀 궁금하긴 하다.

 

슬라운드

결국 오늘의 주인공 슬라운드를 고르게 되었는데 주요한 이유로는

  • 보관의 용이성에 대한 내용이 그나마 비교대상이었던 것들보다 구체적으로 언급됨

  • 홈페이지에 가보니 자체적으로 판매시스템을 구축했다. - 보통 비싼 수수료를 각오하고 스토어 팜에 내놓는 "쉽다" 라는 부분이 주요하는데 이는 쉽게 접을 수도 있다는 얘기이다. 하지만 자체적으로 판매시스템(쇼핑몰을 포함한 결제시스템 일체)을 구축하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다. 일단 PG사에 가입해야 하고 그럴려면 그럴싸한 웹페이지를 제작해야하고.. 내가 이걸 해보니 이런 걸 할 정도면 어느정도 사업의 연속성이라는 부분에 대해 확신을 가져도 된다고 받아들이게 되었다.

  • 마케팅 전면에 개발자 이야기를 배치했다. 보통 소프트웨어 회사에서나 할법한 개발자 얘기를 마케팅 전면에 내세웠다는 건 실물을 만드는 곳에서는 자신감의 표현이라고 받아들여진다.

  • 30일 체험 : 솔직히 자신이 없으면 힘든 부분인데 위에 언급한 내용과 더불어 자신이 있으니 저러는구나 싶다는 느낌을 받았다. 배송비만 지불하라고 한다.

  • 주문 옵션에 바닥용, 침대용을 고르게 되어있다. : 진짜 본격적으로 하는구나라는 느낌을 받는다.

그래서 결국 슬라운드를 주문했고 물건을 받았다. 택배가 아닌 경동화물로 오고 덩치가 좀 있다. 일단 받아서 그날 밤에 잠을 청해보니 정말 오랜만에 편하게 잔 느낌이다. 딱 침대를 쓸 때 깔아놓고 쓰던 두꺼운 라텍스 메트리스를 바닥에 깔고 잠시 사용하였는데 그 편안함이 느껴졌다. 적당하다 라는 표현을 쓰기에 딱 좋다. 적당히 감싸주고 적당히 밀어주고.. 그래서 간만에 잊었던 수면의 질을 찾고 있는 중이다. 

 

신뢰성

청담동에 자사 제품을 시연할 수 있는 전시장이 있다. 여기서 다시 한번 사업의 연속성이라는 부분에 대한 신뢰감을 얻을 수 있었고 이정도면 물건 대충 만들지 않겠지 라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 (이렇게 하고도 물건 대충 만들면 그런 회사는 망하게 되어있다.)

편안함

몸이 어느정도 감싸안아주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야 하는 곳은 감싸 안아주고 허리처럼 마냥 감싸안게 되면 곤란한 부분은 적당히 밀어준다. 개인적인 욕심으로는 좀 더 두꺼우면 심미적으로 보기에 좋겠지만 이 정도 두깨에 이런 느낌을 내주는 것이 너무 좋다. 잠자리에 누워서 잠이 쉽게 드는 그런 경험을 물건을 받은 첫날부터 일관되게 유지되고 있어서 아주 만족한다. 사실은 써보다 아니다 싶으면 바로 반품할라고 박스도 갖고 있었는데 2주일 만에 박스는 갖다 버렸다. 참고로 슬라운드는 배송 때 받은 박스가 없으면 반품이 안된다. 더불어 배게를 살 수 있는 쿠폰을 넣어주었다고 하는데 아직 바빠서 구매를 못하고 있다. 오늘 글 쓴 김에 언능 구매하러 가야겠다.

 

보관의 용이성

집이 좁고 방이 좁다보니 이런 환경에서 생활한다. 그러디보니 수면의 질을 자꾸 찾게 되고 역시나 보관의 용이성까지 찾게 된다. 이런 열악한 환경에서도 괜찮은 잠자리를 선사하고 위 사진처럼 보관도 용이한 토퍼는 슬라운드 밖에 없는 것 같다. 원래는 3단으로 접어서 바닥에 놔야 하나 그 역시도 자리가 좁아서 센스없는 맘 샀을 때 받은 스트랩으로 묶여놨는데 생각보다 잘 서있는다. 이 토퍼를 만들어 준 슬라운드 덕분에 그나마 매일매일 편안한 잠을 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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