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활놀이

난 MMORPG 게임을 해본 적이 없다. 다만 어떤 게임인지는 안다. 각자의 직업(역활)이 있고 여러 직업들이 모여서 온라인 공간을 돌아다니며 몹도 잡고 또 몹을 잡고 계속 몹을 잡는.. 그런 게임이다. 난 회사생활, 특히 소프트웨어나 대 고객 서비스를 만드는 회사의 구성원들도 똑같다고 생각한다. 구성원들이 뭔가 아이디어를 내면 기획자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 구체화를 하고 디자이너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 그것을 더 구체화 혹은 예쁘게 만들어 주면 개발자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그것이 실제 존재하게 되는 어떠한 것으로 만들어낸다. 각 직업별 조화가 아주 잘 이루어줘야 매끈하게 잘 돌아가고 괜찮은 서비스가 나온다.

 

무한도전 면접의 신

오랜만에 무한도전 면접의 신 편을 보았다. 넥슨에서 면접을 보고 나서 박명수의 경우는 2차때 꼭 유심히 잘 살피라는 피드백을 보게 된다. 박명수는 무도 내에서도 유독 팀워크가 없는 사람으로 묘사되고 실제 그 2차 면접에서도 아주 볼만한 상황을 만들었다. 

 

리더쉽과 독불장군의 차이

뭔가 말하기 좋아하고 이끌기 좋아하는 타입의 성향을 DiSC 에서는 D 형에 정의한다. 근데 뭔가를 이끌고 간다는 것은 책임이라는 부분도 일정부분 수반하는데 잘못된 D 형의 경우는 이끌거나(이끌기라도 하면 다행) 입으로만 떠들고 책임은 싫어하는 이상한 타입이 있다. 그리고 자신의 뜻대로 안되면 역정을 내거나 분위기를 망쳐버린다. 무한도전에서 박명수가 잘하는 것이다. 그나마 박명수는 본업이 개그맨이기에 웃음이라도 주는 대목이 있지 조직이나 회사에서 저런 사람을 만나면 아주 피곤해진다. 우리는 보통 그런 타입을 독불장군이라고 한다. 하지만 우리가 분야를 막론하고 훌륭하다고 칭하는 사람들은 저러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는 그런 사람들을 리더라고 한다.

 

독불장군의 특징

남탓을 잘한다. 책임을 지려하지 않는다. 의 대표적인 정의로 표현할 수 있다. 그렇다. 내가 5년전에 저런 인간이었다. 난 권고사직이 많다. 그래서 재직기간이 2년이 넘는 곳이 없다. 그걸 면접볼 때 마다 항상 회사가 경영을 못해서 그렇게 된 것이다. 라고 얘기했고 면접관들은 아... 라고 동감적인 표현은 해주었다. 그러나 그때는 순진하게 그게 내 주장이 옳은 줄만 알았던 것이다. 내가 꼭 필요한 사람이었다면 권고사직의 상황에서도 나를 내보냈을까? 실제로 내가 권고사직을 당한 곳 중에서 실제로 폐업까지 간 곳은 딱 2곳 밖에 없었다. 그렇다. 결국 내가 회사나 조직에 도움이 안되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내침을 당한 것이다.

 

5년전 내 모습의 데자뷰

요즘 그런데 그때의 내 모습을 쏙 빼닮은, 나보다 나이도 많은 개발자와 같이 생활하고 있는데 아주 피곤하다. 나는 그나마 내가 일하는 분야에서만 오지랖을 떨었고 헛소리를 지껄였지만 이 사람은 자신의 분야가 아닌 곳에서 까지 난리이다. 자신의 업무를 잘 처리해놓고 그래도 문제인데 그러지 않고 그래서 더 문제다.

 

사람의 성향과 프로덕트

사람은 잘 바뀌지 않는다. 아니 바뀐 것처럼 행동하려고 하는게 맞다고 봐야한다. 원래 자신이 자라온 환경이 있고 기질이라는게 있는데 그걸 나 혼자 사는 세상이 아닌 사회라는 곳에서 적응해야 하기 때문에 기질과 성향을 감추거나 드러내지 않거나 등의 과정이 필요하고 여기서 흔히 말하는 스트레스를 받는 것이다. 그래서 사회생활이 어렵다고 표현한다.

 

문제는 보통 저런 문제많은 D 형처럼 공감능력이 없거나 공감하지 않으려고 하는 사람이 대 고객서비스에 투입될 경우 아주 곤란해진다. 보통 우월함으로 자신의 존재가치를 따지는 부류들이라 자신이 관여한 프로젝트나 서비스가 대중에게 인정받지 못했을 때, 유저나 고객의 자질이 낮다는 식으로 말하기도 한다. 그게 조직 구성원에게 화살이 돌아온다면 모든 구성원이 나보다 못한 존재라고 생각하고 얘기를 하기 시작해서 조직 내 커뮤니케이션을 아주 힘들게 한다던지 커뮤니케이션 비용을 아주 비싸게 만들어버리고 종국에는 그 사람과 아무 말도 하지 않게 되는 일이 벌어진다.

 

D 형 기획자와의 일화

어떤 기능에 대해서 얘기를 하는데 이래저래 해서 이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고 하니 바로 내 눈 앞에서 고개를 숙이고 고개를 절래절래 흔든다. 이건 직군을 떠나 인간으로서 굉장히 무례한 일인데 실제로 이 사람이 기획한 서비스가 꽤나 복잡하다. 5년전 나였다면 멱살을 잡았곘지만 - 그리고 니가 개발을 해봤냐 부터 시작해서 아주 난리를 쳤을텐데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겼다. 하지만 이 사람이 D 형 개발자와 손을 잡기 시작하면서 조직 내 많은 풍파가 오고가고 있는 중이다.

 

아이러니 하게도 요즘은 고객대응 쪽에 뭔가 오지랖을 벌이고 있는 중이다. 유저나 사용자에 대한 공감이 없는 사람이 고객대응 쪽에서 뭔가를 하고 있다니 정말 무섭다. 고객대응이 아니고 뭔가 계속 가르치려 들까봐 굉장히 걱정된다.

 

 

문제의 개발자와 인턴 개발자

이 둘이 한번 얘기하는 것을 들어보았다. 처음에는 회의라는 명목으로 - 솔직히 자신의 분야도 아닌 쪽에 왜 회의를 잡는지부터가 굉장히 의문이었다. - 시작하더니 결국엔 일방적으로 뭔가를 가르치는 분위기였다. 갈수록 말이 짧아지고 호칭도 하대하는 식으로 내려간다. 그렇다고 우리가 데리고 있는 인턴 개발자가 별볼일 없는 친구도 아니다. 국내 최상위 대학 컴퓨터공학 학부 4학년이다. 왜 듣는 내가 쪽팔린지 모르겠다.

 

어떻게 해야하나?

미국같이 유연한 고용을 하는 나라이면 바로 해고되었을 것이나 한국은 그렇지 않기 때문에 저런 사람을 내보내는데 꽤나 시간과 비용이 많이든다. 그래서 항상 면접에서 잘 골라야 한다. 사실 이번 문제로 인해 경영진에 대한 실망이 좀 크다. 이미 유능한 개발자 한 명을 저 문제의 D 형 개발자와 D 형 기획자가 합작으로 QA를 한답시고 달려들어서 괴롭히는 바람에 잃었다. 그 다음은 내가 꼴보기 싫어서 도망가게 되지 않을까 하는 고민이 크다. 

 

어떤 일이 벌어지나?

이미 위에서 언급했듯이 유능한 개발자 한 명을 잃었다. 나중에 듣게 되었는데 경영진에 이 문제에 대해 많이 어필했으나 전혀 뭔가 개선이 이뤄지지 않은 듯 싶다. 결국 그 다음엔 또 다른 사람이 떠나게 될 것이고 또 다른 사람이 떠날 것이고 결국 어디도 가지 못하는 사람들만 남아있게 될 것이다. 그런 조직이 과연 어떻게 어떤 좋은 제품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이걸 바로 우리는 망테크 라고 한다.

 

답이 없다.

공감능력이 부족한 기획자나 개발자는 도대체 어떻게 해야할까.. 그리고 자신들이 뭔가 어려운 툴을 쓰고 있다는 것 자체에 우월감에 빠져서 나머지 조직 구성원을 병신취급하는 그런 문화는 어떻게 해야할 것인가? 이직을 해야하나? 눈에 불을 켜고 경영진한테 달려들어야 하나? 솔직히 말하면 작은 스타트업에서 죽어라 일하는 사람의 보수와 저렇게 헛짓거리 하는 사람의 보수가 차등이 없다는 것에 되게 절망적이다. 여기서 말하는 보수란 급여의 단순 비교가 아니다. 정확히 말하면 일당백으로 일해야하는 회사에서 죽어라 일하는 사람 대비 대충 일하는 사람에 대한 그 어떠한 불이익이 없다는 것이 싫다. 내가 뭐 항상 죽어라 일을 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의미 있는 커밋을 하루에 최소 몇개씩은 꼭 만들어 낸다. 그날 마무리할 수 있는 규모가 아닐 경우도 있다만.. 2주 정도 커밋 로그도 없고 그 후에 최초의 커밋 로그를 보면 꼴랑 몇 줄인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과의 대우가 동등하다는 것이 정말 받아들이기 힘들다.

 

5년전의 나였다면 눈에 불을 켜고 경영진에게 달려들었겠으나.. 이게 내 회사도 아니고 내가 목숨 걸 일도 아니고 내 손에 피묻힐 필요도 없고 계속 무시하며 투명인간 취급하던지 괜찮은 곳이 나오면 내가 그리로 가면 되지 않을까 싶다. 덕분에 아주 오랜만에 원티드, 리멤버 프로필을 모두 최신으로 완성시켰다.

 

댐의 작은 구멍을 방치하면 댐이 붕괴될 수 있듯이, 1대 29대 300 법칙 - 하인리히의 법칙처럼 작은 이슈들이 누적되서 한 방에 크게 터지는 일이 발생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 잘못된 사람의 채용은 초기 스타트업의 경우 치명적이다라는 것을 말로만 들었다가 이번에 정말 절실히 몸소 체험하는 중이다. 착찹하다. 해가 뜨면 또 그 사람이 있는 곳으로 가야하는데 지금 다니는 이 회사. 다니는 중에 이렇게 요즘처럼 가기 싫은 적이 처음인 것 같다. 뉴스에서 직장 내 스트레스로 자살하는 내용의 기사를 봤을 때 정말 이해하지 못했는데 요즘 그 심정이 정말 많이 이해된다. 나 혼자의 몸이었다면 아마 먼저 이 회사를 관두고 다른 곳을 알아보는 방법으로 스트레스에 대항하면서 죽음의 유혹을 벗어났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그게 안되니 이 늦은 시간에 글이나 싸지르면서 스트레스를 푼다고 푸는 것 같다. 군데군데 웃자고 글을 써놓긴 했지만.. 굉장히 애착을 가지고 다니는 곳이고 즐겁게 다니고 있는 곳이기에 이로 인한 스트레스와 우울감이 너무 크다.

 

더불어.. 내가 5년전 내 모습으로 저질렀던 만행들에 대한 벌을 지금 같은 모습으로 받는게 아닌가 싶다. 착하게 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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